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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 모던 Tate Modern

관리자 2026-08-03 조회수 4,245

영국 테이트 모던 Tate Modern

  •  김영회 에디터
  •  
  •  승인 2026.08.03 06:00
 

"발전소 터빈 홀을 개조한 현대미술관의 아이콘"
- 건축가: 헤르조그 & 드 뫼롱
- 주소: Bankside, London SE1 9TG, UK
- 홈페이지: www.tate.org.uk

사진작가 고영애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60곳을 프레임에 담아 소개한다. 뉴욕현대미술관부터 게티센터, 바이에러미술관, 인젤홈브로이히미술관 등 현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12개국 27개 도시에서 찾은 미술관들을 생생한 사진과 맛깔스런 건축 이야기로 안내한다.

 

테이트 모던 신관의 정면 (사진고영애)
테이트 모던 신관의 정면 (사진고영애)

런던은 2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왕조의 수도로서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유럽 최고의 중심 도시다. 빅토리아 왕조의 ‘미술 & 공예 운동’에서부터 현대미술, 현대건축, 대중음악 등의 예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낭만이 가득한 도시다. 매력적인 곳 첼시의 꽃 축제를 비롯하여 1월의 마임 페스티벌, 6월의 로열 아카데미 여름 축제, 7월의 야외 콘서트와 런던 시 페스티벌, 8월의 야외 연극제, 9월의 템스 강 축제와 프리즈 아트 페어까지 다양한 축제로 그 열기가 1년 내내 식을 줄 모른다.

테이트 모던 전경 (사진 고영애)
테이트 모던 전경 (사진 고영애)

2012년 6월의 런던은 올림픽 준비 기간으로 문화예술 축제와 관련된 볼거리가 풍성하였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과거의 명성이 조금은 퇴색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새로움을 추구하는 예술 도시로서의 면모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오래된 양조장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트루먼 브루어리 거리는 도시 재생의 새로운 장소로 떠올랐고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버려진 양조장의 대형 창고들을 뼈대는 그대로 둔 채 온통 하얗게 리모델링한 전시 공간에서의 전시는 런던의 새로운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다. 2016년 11월 사우스 켄싱턴 지역에 재개관한 디자인 미술관에서의 카르티에 전시 ‘Cartier in Motion’도 인상적이었다. 1920년대 디자인부터 현재까지의 카르티에 디자인이 태동하기까지는 사회, 문화, 역사적 배경의 영향이 컸고 시계디자인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였다. 영국 왕실을 비롯해 유명 예술가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 배우들이 카르티에 디자인에 대한 열광과 사랑을 보며 그 명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테이트 모던, 서펜타인 갤러리, 서펜타인 파빌리온, 서펜타인 새클러 갤러리에서의 전시를 감상하며 영국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다. 팝과 록의 도시 런던은 오늘도 여전히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예술의 메카임을 새삼 확인하였다.

테이트 모던 터빈 홀의 내부 공간(사진 제공: Tate Modern)
테이트 모던 터빈 홀의 내부 공간(사진 제공: Tate Modern)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테이트 모던으로 달려갔다. 2000년에 개관한 테이트 모던은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갤러리와 함께 테이트 갤러리 네트워크에 속한 미술관이다. 2016년 새롭게 오픈한 신관 역시 헤르조그 & 드 뫼롱이 설계를 맡았다. 옛 구관 건물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오로지 블록을 쌓아 올린 테이트 모던의 신관은 마름모 형태의 건물이다. 내부로 들어서니 건축가 특유의 자연 친화적이며 구관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출 콘크리트와 까만 스틸을 이용한 건축가의 의도를 이곳저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신관에 가려져 위압적인 터빈 건물의 위용을 테이트 모던 입구에서 조망할 수 없음에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터빈 건물 앞에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데미안 허스트의 조각을 볼 수 없어 더욱 아쉬웠다. 조각 주변에 항상 관람객들로 북적였던 친근함과 그 여유로운 공터는 이제 영원히 볼 수 없으리라. 대신 그 자리에는 헤르조그 & 드 뫼롱 특유의 뒤틀린 형상의 테이트 모던 신관이 반겨주었다. 샌프란시스코 있는 드 영 미술관과 오버랩 되었다. 호기심에 찬 시선으로 10층 건물의 신관 내부 전시장과 두 개의 전시회를 돌아본 후 꼭대기 층 테라스를 한 바퀴 돌며 템스 강과 세인트 폴 성당, 런던 브리지, 초고층빌딩 더 샤드를 감상하였다. 

테이트 모던 신관 2층 내부 공간 (사진 고영애)
테이트 모던 신관 2층 내부 공간 (사진 고영애)

자코메티 특별전을 보기 위해 구관으로 이동하였다. 구관 터빈 홀의 높은 천정과 2층, 3층의 전시 공간이 한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수평의 긴 우윳빛 유리 박스의 공간과 어우러진 터빈 홀 공간은 테이트 모던에 서만 느낄 수 있는 기쁨이요, 희열이었다. 테이트 모던 구관의 확장 설계는 아주 독특하다. 1981년에 문을 닫은 뱅크사이드의 발전소를 헤르조그 & 드 뫼 롱이 새로운 디자인으로 개조한 것이다. 20세기 이후의 현대미술 작품만을 전시 하는 이 공간은 세계 현대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픈 선망의 장소 1순 위로 꼽힌다. 건물 외벽이 벽돌로 이루어진 7층 높이의 직육면체 외관은 현대미 술관 건축물이라고 부르기에는 평범하였다. 외부에서만 보면 심플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예상치 못했던 높고 긴 어두운 공간이 펼쳐진다. 높이 35미터, 길이 152미터에 달하는 터빈 홀(발전실)은 입구 로비와 전시 장소로 개조되었고, 보일러 하우스는 전시 공간이 되었다.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발전소용 굴뚝은 테이트 모던의 상징으로, 반투명 패널을 사용하여 밤이 되면 등대처럼 빛을 비 추게 개조하였다. 

테이트 모던 신관 4층 내부 공간 (사진 고영애)
테이트 모던 신관 4층 내부 공간 (사진 고영애)

2012년 방문 때 보았던 현대미술의 전설 데미안 허스트의 전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침 테이트 모던에서 데미안 허스트의 특별 회고전이 열리고 있 었다. 현존 작가로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지 궁금하였고 엽기적인 예술가로 논 란의 대상이 되었던 작품 ‘상어’를 비롯해 그의 초기작부터 최근 작품을 보기 위 해 발걸음이 빨라졌다. 수많은 화제를 뿌렸던 파란 유리 상자 속에 갇힌 ‘상어’ 는 충격적이었다. 전기 모터로 분해된 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채운 유리 상자에 넣어 통째로 보여주는 작가의 의도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상어의 껍질을 벗기고 방부액 속에 넣어 작품화한 ‘상어’가 1991년에 처음 시도되었을 때 현대 미술계에서는 끔찍하고 엽기적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켰고, 설상가상으로 상 어는 부패해 적잖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 당시에 데미안 허스트 스스로도 가장 추악하고 끔찍한 것을 만들고 싶었다고 언급했던 만큼 작품 제목 역시 ‘살 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이라는 부제를 지니고 있 었다. 누구에게나 죽음에서만큼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부연해주는 부제였 다. 이유야 어떻든 ‘상어’의 작품명 <제국>은 그 당시 세기적인 컬렉터인 찰스 사 치에게 5만 파운드(약 1억 원)에 팔리면서 도마 위에 올랐고, 14년 후 2005년에 이 ‘상어’ 작품은 컬렉터 스티브 코헨에게 127억 원에 팔렸다. 그 후 2008년에 옥션 에서 1억 1100만 파운드(약 1879억 원)에 팔리면서 또 한 번 미술계를 들썩이었다.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 (사진 고영애)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 (사진 고영애)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 (사진 고영애)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 (사진 고영애)

이번 회고전의 하이라이트는 데미안 허스트의 가장 최근 작업이랄 수 있는 해골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이었다. 백금으로 주형을 뜬 실물 크기의 두개 골에 총 1106.18캐럿의 다이아몬드 8601개가 촘촘히 박힌 작품으로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런 작품이 아닐까 싶다. 숱한 화제를 뿌렸던 이 작품은 아스텍 유물 인 두개골에서 영감을 받아 ‘신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제목을 갖게 되었다. 제작 비용으로만 줄잡아 2000만~3000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한다. 데미안 허스트의 살아 있는 나비 복제를 비롯해 도트 시리즈, 약병과 알약 시리즈, 화초, 파리 등 숱한 작품들을 보았다. 

특별히 마지막 전시실에 전시된 <신의 사랑을 위하여>를 보고 나오며 씁쓸 하였다. 죽음 앞에 선 동물처럼 인간의 존재도 죽음 앞에선 나약하다.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다이아몬드로 치장하여도 죽은 자에게 영혼을 불어넣어줄 수 는 없으리라. 작품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의 욕망을 끝도 없이 추구하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세계의 종착역은 과연 어디이며, 더 이상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회의가 들었다. 반면에 인간 심연에서 꿈틀거리는 미묘한 주제를 그로테스크한 방법으로 표출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 매번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전시장을 나올 무렵, 마침 엘리자베스 여왕 60주기를 기리는 고공비행의 축하 공연이 진행되고 있어 7층 미술관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건너편 세인트 폴 성당의 고풍스런 돔과 현대적인 밀레니엄 브리지를 한눈에 바라보며 축하 공연까지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밀레니엄 브리지 위에서 펼쳐진 고공비행의 기술은 가히 일품이었다. 

밀레니엄 브릿지와 템스강 전경 (사진 고영애)
밀레니엄 브릿지와 템스강 전경 (사진 고영애)

밀레니엄 브리지는 새천년을 기념해서 2000년 6월 개통됐지만 다리가 흔들 리는 현상으로 인해 이틀 만에 폐쇄되어 입방아에 올랐다. 그 후 1년 반 동안 보 수하여 2002년 2월 재개통되었고, 지금은 런던 시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다리로 서 템스 강을 조망하는 훌륭한 산책로가 되었다. 총길이 370미터에 이르는 이 다리는 디자인 면에서도 우수하지만 테이트 모던에서 세인트 폴 대성당까지 편 리하게 연결해주는 보행자 전용 다리로서도 의미가 크다. 주말에 이 다리 위에 서는 색다른 공연도 열려, 밀레니엄 브리지를 산책하며 공연도 만끽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장으로서 역할도 하고 있다. 밀레니엄 브리지의 디자인은 런던의 랜 드마크 커킨 빌딩을 설계한 노먼 포스터 경이 하였다. 테이트 모던 카페에서 들이킨 샤블리의 부드러운 과일 향은 멋진 비행 공연의 흥분을 배가시켰고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와인과 곁들인 아스파 라거스 요리의 그윽한 향기는 일탈의 기쁨으로 가득하여 런던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하였다. 

2017년 테이트모던 구관에서의 특별전을 볼 수 있음은 최고의 행운이었다. 알베르티 자 코메티의 초기 작품부터 말기까지의 조각, 회화, 드로잉을 총 망라한 회고전을 감상하며 자코메 티의 다양한 조각 기법과 드로잉에 흠뻑 매료되 어 그에 대한 존경심마저 우러났다. 3층, 4층의 상설 전시를 감상하던 중 단색화 작가 하종현 작품을 볼 수 있었다. 테이트 모던에서 단색화의 대표 주자 하종현 작품을 대하니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백남준을 비롯해 요즘 단색화 붐으로 급상한 이우환, 박서보. 정창섭. 정상화 등 한국 원로 작가 들의 소장품을 마주할 때마다 감동되어 그들 작품에서 시선을 오래 멈추는 애국심은 자연스런 행보였다. 자코메티 회고전을 비롯해 현대미술 상설전이 열리 는 전시실 곳곳마다 관람객들의 행렬은 장사진을 이루었다. 아마도 영국인들에 게 미술관 방문은 몸에 젖은 문화이고 일상이며 쉼이리라.